낚시에 대한 추억
20여년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던 이모부께선 집에서 게임만하던 조카를 불러다가 계곡으로 낚시를 가곤했었습니다. 10살짜리가 뭐 그리 대단한 낚시를 해본다는건지… 계곡 바위 틈에 노오란 작은 방울이 달린 낚시대를 설치하곤 계곡 하류에 설치한 통발쪽으로 상류서부터 “워이~” 하며 갈 지 자로 이리저리 갈대섶을 휘저어 다니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낚시대로 잡은 물고기보단 통발로 잡은 물고기가 많았지만 인근 횟집에서 떠먹었던 회는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내가 잡았다.’ 라는 심리가 맛을 돋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제도에서 만난 바다선상낚시
여름 휴가를 거제도로 결정한 것은 올해 내린 결정 중 3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결정이었습니다. 1번째는 결혼… 2번째는 신혼여행지..( 예비 신부.. 보고 있나..!) 비록 35도를 넘나드는 역대급 더위 속에서도 말이죠.
극 성수기 7월 30일, 서울에서 서두르다보니 숙소 체크인 4시간 전에 도착하였으나 숙소 배정상 문제로 4시간을 다른 곳에서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저와 동행한 몸에 열이 많은 여성분(예비 신부)은 주기적으로 시원한 음료 등 Cooling item을 공급해드리지 않으면 Overheat 현상을 일으켜 여행이 아주 피곤해질 수 있으므로 빠른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녀는 많은 인내심을 가졌답니다.)
아니 뭐 이런거 말이다.. 쿨링 아이템.. 달달한거.. 에어컨만큼 효과가 좋다.
자동차에서 4시간 동안 에어컨을 틀었을 때 소비할 기름값과 행복유지가능성을 가늠해보던 찰나, 숙소에서 제공한 지도의 Activity 소개 목록에서 ‘상상속의 낚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머문 숙소의 위치 (거제도 대학 인근)과 가까운 지세포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냉큼 전화를 걸었습니다.
“당일 예약이 불가한 것은 알지만.. 혹시 2시 배에 자리가 있을까요? 밖이라 예약금을 걸진 못하지만 반드시 가겠습니다.”
“꼭 오신다면, 2시 배에 2분 가능합니다. 대신 꼭 오시고, 지세포 수협 인근의 해림호 횟집으로 오셔서 요금 납부하시기 바랍니다.”
“네넹, 감사합니다. 곧 바로 갈께요”
평화로운 지세포항 도착
(평화로운 지세포항)
뱃 시간까지 1시간 일찍 도착해버렸습니다. 근처 커피숍에서 바리스타 이모가 요즘 유행한다 추천하는 Coldbrew를 싸들고 항구로 향해봅니다. 예전에 즐겨 먹던 더치커피와 비슷해 보이지만 새롭게 유행하는 제품이라고 하니… 내가 정의할 수 없는 맛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더치커피 보다 분명 1천원이 더 비쌌으니,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더위 때문이라고 단정지어 봅니다.
(정박 중인 배)
Coldbrew의 구수함에 취기가 올랐는지.. 항구에 정박한 작은 배들이 오밀조밀 모인 모습 또한 구수해 보입니다. 선측에 조금식 피어오르는 붉은 녹의 빈티지함과 잔잔히 출렁이는 바닷물결은 고요한 지세포항의 분위기를 한층 더 멋스럽게 만들어줍니다.
바다 한 켠에서 떼지어 날라오는 갈매기 무리를 향해 잠시 눈을 감고 새우깡 타령을 듣고 있노라면 맘이 편안해져 옵니다.
(새우깡 찾는 갈매기)
청심환 효과가 오는 것을 보니, 이제 전투에 임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낚시대보다 통발로 잡은 물고기가 많았던 기억은 뒤로하고 낚시대로 승부를 봐야할 때입니다.
배 타러 갑시다.
(요기가 해림호횟집)
알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국가 기밀체로 내 이름 석자, 선원명부에 휘갈겨 버리니, ‘나보고 알아서 해석하라는 뜻이냐’며 째려보는 듯한 눈빛은 애써 무시하고 배로 향함니다. (물론 그렇지 않으셨을거라 믿습니다.) 생각보다 No show가 많은지 출항 준비하던 배 4척 중 1척은 오늘 안나간나고 합니다. 출발이 임박할 즈음, 갑자기 수십명의 사람들이 아이스박스를 하나씩 들고 배에 오릅니다. 낚시와 함께 맥주 한잔 하시려나 봅니다. 배 위에서 바로 떠먹는 회에 맥주라니… 회는 소주 아닌가..?
(저게 내가 탈 배인가…….. 아니었다.)
내 알바 아닌 일은 접어두고 오토바이와 함꼐 도착한 낚시대를 보니 튼튼하게 생긴게 오늘 대박 조짐이 옵니다. 배 위에 올랐습니다. 전 신사니깐 예비 신부님의 손은 꼭 잡아드렸습니다. 무서워서 손을 꼭 잡은거 아니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럴리가요. 이번 컨셉은 결혼 후 든든한 가장의 모습 보이기인걸요. 구명조끼를 입고 평상에 앉으니 이제 출발하려나 봅니다.
부르르르릉
(딱 이 자세로 간다.)
과속방지턱을 과속으로 넘는 느낌이랄까. 파도를 배의 빠른 속력으로 지나가려니 배가 날라가는 듯합니다. 니드포스피드였으면 Air 점수 좀 받았을 텐데.. 바다로 나가보니 곳곳에서 바다 낚시를 즐기시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뭣 모르는 저는 배 타고 나왔지만 방파제 인근 바위 위에서 텐트를 치고 낚시하시는 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래의 롤모델을 만난 기분이랄까요. 설레이고 흥분되네요.
배가 스르륵 멈춘걸 보니 이제 낚시를 시작할 시간인가 봅니다. 10명의 강태공들은 일제히 선장님이 제공해주신 맛있는 새우를 낚시바늘에 끼기 시작했습니다. 낚시줄에 바늘이 3개씩 달려있는 것이 신기하네요. 1타 3피, 오늘의 목표입니다.
( 낚시를 앞둔 아이들의 설레임 )
로뎅과 낚시왕..
(극심한 멀미, 김로뎅)
(1타 2피 기념)
‘왜 물꼬기를 쓰다듬고 있어??’
나도 먹고 싶다, 회, 섭하다.
(왜 다 죽은 것 같지..)
아.. 끓여서 나온게 이유가 있었네요. 잡은 물고기 다 한데 넣고 끓여 나오나봅니다. 솔직히.. 구이나 매운탕 모두 정말 맛 없네요. 동네 횟집만도 못한 수준.
세 줄 요약 :
1. 바다 선상낚시는 5만원이 아깝지 않을만큼 재미있다.
2. 바다 선상에선 회를 떠주지 않는다. 어디선가 보았던 문어라면도 없다. 아이스박스 챙겨가자.
3. 상상속의낚시 프로그램 운영 횟집은 회만떠서 가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