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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see? Wow, That’s great.”

어설픈 영어였다. 이게 무슨 말이지? 좁혀진 미간이 내 천(川) 자를 그렸다. 얼핏 들으면 감탄사 같았다. ‘ 이거 봤어? 죽인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질문이었다. 꽃보다 청춘 쓰리 스톤즈가 이탈리안 남성에게 건넨. 놀랍게도, 이탈리아 남성은 알아듣고 답했다. “아이슬란드는 모든 곳이 아름다워요.” 대충 대답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일상에서 ‘모든’ 혹은 ‘전부’를 지칭하는 건 대게 식사 메뉴를 특정하기 귀찮을 때니깐.

쓰리 스톤즈는 다시 한번 질문했다. “One choice, onc choice. one, one, one”. 공손하게 치켜든 검지 손가락에 남성은 어느 여행지를 추천했다. “Dyrhólaey(디르홀레이)”.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편』을 아이슬란드에 도착하고 나서야 봤다. 한국서부터 같이 보자며 조르던 아내는 해묵은 소원이라도 성취된 듯 좋아했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깔깔댔다.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우리도 새벽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멍 때렸고, 케플라비크 공항에선 어쩔 줄 몰라 헤맸었으니깐. 이탈리안 남성과의 대화가 가장 흥미로웠다. “아치형이고, 아름답습니다”  간단히 끝나버린 소감이 못내 아쉬웠다. 뭔가 더 있을까 싶었지만 뒷 말은 편집된 듯했다. ‘디르홀레이’엔 꼭 가보기로 결정했다. 현지인 추천 여행지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아이슬란드 최남단엔 뾰족 튀어나온 지형이 있다. 우리 말론 ‘곶’이라 불리는 바다 쪽으로 좁고 길게 뻗은 땅이다. 너무도 작아 표시하지 않은 지도도 있을 정도다. 이 곳이 디르홀레이(Dyrhólaey)이다. 1번 국도를 따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다 보면 218번 도로를 만날 수 있다. 이 도로가 우릴 디르홀레이로 안내할 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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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매우 거칠다. 엄지손가락 크기 자갈들이 널려있다. 울퉁불퉁함에 오프로드 운전 기분도 낼 수 있다. 반대 차로에 트럭이라도 나타날 때면 와이퍼를 켜고 감속해야 한다. 만약 화산재, 자갈, 모래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잠시 길가에 멈춰 서서 기도라도 한 번 해보자. 혹시 알런가, 튀는 자갈이 차량 앞유리를 비껴갈지. 렌터카 업체에서 Extremely Dagerous라고 표현했던 지역이 이 곳이다. (참조: 스포티지와 투싼은 다른 차입니다. 아닌가요?)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도 걱정하지 말자. 둘 다 디르홀레이다. 상부, 하부로 나뉠 뿐이다. ‘디르홀레이!’하면 떠올릴 코끼리 바위와 등대를 보려면 상부로, 검은 해변으로 유명한 레이니스피아라(Reynisfjara)를 보려면 하부로 향하면 된다. 상부에서 하부를 가거나, 하부에서 상부로 바로 가는 길은 없다. 갈림길까지 되돌아와야만 한다. 어디를 먼저 갈지는 자유다. 다만, 사람이 많은 시간이라면 상부를 먼저 들르길 추천한다. 가파른 언덕길을 1차로로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를 땐 다행히 내려오는 차가 없었다.

 

디르홀레이 상부는, 하부와 달리 출입 제한 기간이 있다. 매년 5월 8일부터 6월 25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만 출입 가능하다. 새들의 번식 기간이기 때문이다. 디르홀레이 깎아지른 절벽 틈새엔 철새 포함 조류 14종이 살고 있다. 게 중엔 귀여운 퍼핀(Puffin;Lundi)도 있다고 하니, 4월~9월에 방문한다면 꼭 찾아보도록 하자. 우리는 11월 여행인지라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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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르홀레이 아파트 입주민 모임. @ Dyrholaey

 

89년간 자리를 지킨 등대도 있다. 1910년, 철제 골조로 만들어졌지만, 1927년, 현재의 사각 콘크리트 건물로 다시 지어졌다. 건물 좌우측엔 실제 등대지기가 살고 있다고 한다. 등대가 있는 2층 높이 중앙 타워를 호텔로 개조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여행 중 들어가 보진 못했다. 잠겨진 문에 헛소문이겠거니 지나쳤다. 한국에 돌아와 찾아보니 정말 호텔이었다. 퍼핀을 보기 위해 여름에 찾는 사람들이 많으며, 반응은 폭발적이라고 한다. 혹자는 이렇게 표현했다.’일생에 한 번뿐인 마법 같은 시간'(it was a once in a lifetime magical experience)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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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식상해질 때쯤, 좌측 코끼리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이 바위 이름이 디르홀레이(Dyrholaey)이다. 아이슬란드 어로 ‘Door Hill’이라는 뜻이다. 거대한 크기에 배나, 작은 비행기들이 통과할 수 있어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절벽에 서서 한참을 바다만 바라봤다. 맑은 에메랄드 빛 바다는 속이 비칠 듯 맑았다. 혹시 상자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브라시(Þrasi)가 숨긴 보물을 찾아서) 보물지도 한 귀퉁이에 써둘 말도 떠올랐다. ‘새들의 나라, 그 문을 지나면 그대가 원하는 보물이 있다.’ 정도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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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많은 이들이 디르홀레이를 이야기할 때,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배경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 돌아와 영화를 재생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왕좌의 게임 시즌 7 속 한 장면임은 확인할 수 있었다. (왼: 시즌7 에피소드 5, 오: 시즌 7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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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만 보고 간다면 섭섭하다. 디르홀레이 하부도 상부 못지않게 아름답다. 검은 해변 레이니스피아라(Reynisfjara)는 검은 먹 듬뿍 묻힌 붓을 들고 멀리 주상절리 산 레이니스펠(Reynisfell)로부터 이 곳 디르홀레이까지 쓱 그은 듯하다. 부드러운 검은 해안선이 밀려오는 잔잔한 바다를 받아들일 때면, 맘이 차분해짐을 느낀다. 햇빛에 반사되어 눈을 자극하는 황백색 모래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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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ynisfjara

 

레이니스피아라를 등지면, 또 다른 검은 해변 커크쥬피아라(Kirkjufjara)로 내려갈 수 있다. 주상절리는 없지만, 조용히 검은 해변을 만끽하고 싶을 땐 좋은 선택이다. 폭신한 검은 해변을 걸으며 발자국을 남겨보는 경험도 추천한다. 다른 여행객이 남긴 발자국 옆에 말이다. 나만이 오롯이 걸어온 길이란 생각에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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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rkjufjara

 

디르홀레이를 떠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디르홀레이를 사랑하게 돼버렸구나.’라고. 꽃보다청춘 이탈리안 남성이 사랑했듯이 말이다. 누군가 ‘왜 디르홀레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 답해야 할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코끼리바위도, 등대도, 그리고 레이니스피아라 뷰도 아니었다. 디르홀레이 뒤편 이름 없는 절벽 위였다. 아이슬란드 남부 빙하지대 미르달스요쿨(Mýrdalsjökull)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쉬뒤를란드(Suðurland) 남부 평야지대가 보이는 곳이었고, 작은 새들이 깃들어 사는 곳이었다. 아내는 늘 나와 함께였다. 아름다운 풍경에 서로 부둥켜안고 즐거워했다. 새를 보자며 함께 절벽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고소공포증에 일어나지 못해, 내민 손만 고이 잡고 벌벌 떨기도 했다.

 

디르홀레이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하나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할 수 있어서다. 꽃보다 청춘 쓰리 스톤즈가 던진 질문은 이젠 내 감탄사가 되었다. 나도 묻고 싶다. Did you see? Wow, That’s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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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동안 한 아이를 품게 된 사랑하는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