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숙소엔 도착했으나, 힘들었던 아이슬란드 운전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했다. 101 레이캬비크 내 가르아스트레이티(Garðastræti) 거리에 위치한 숙소는 시청과 항구 사이에 위치했다. 계기판에 위치한 디지털시계가 오후 7시 30분을 가리킨다. 6시 30분에 출발했으니 얼추 1시간은 걸렸다. 기어를 P로 놓고, 차가 멈췄음을 확인한 후에야 열쇠를 돌려 시동을 껐다.

밤길 운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왕복 4차선 도로에 가로등은 하행선(레이캬비크-케플라비크)에만 설치되어있었다. 가로등 1개로 왕복 6차로 너비(중앙 빈 공간 포함)를 비추다 보니, 광량이 부족했다. 헤드라이트까지 가세해야 간신히 전방 150m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였다. 혹여라도 도로가 움푹 파이거나, 쓰러진 동물이 있었다면, 피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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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나르피외르뒤르(Hafnarfjörður)를 지날즘엔 재미난 광경을 목격했다. 원형교차로 진입을 위해 정차했다. 주변에 차가 오지 않음을 확인한 후, 엑셀을 살포시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검은색 트럭이 힙합 음악과 함께 로터리에 진입했다. 트럭 적재함엔 두 사람이 서서 술병을 들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설마 적재함 2인만 먹었을까? 음주운전으로 보였다.

트럭은 빠른 속도로 원형교차로를 돌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두세 바퀴 돌던 트럭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끼이이익 소리를 냈다. 트럭이 원형교차로를 따라 미끄러지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던 드리프트가 아닐까? 두어 바퀴를 돈 트럭은 그대로 교차로를 빠져나갔다.

아참,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내비게이션 안내였다.

 “전방 300m 앞, 약간 우회전입니다.”

생소한 내비게이션 음성안내에 길을 헤매기도 했다. 직진 구간이지만 곡선도로일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내비게이션은 “약간 우회전입니다.”를 외쳤다. 레이캬비크에 이르러 곡선도로 직전 위치한 우측 간선도로로 나가야 했다. 내비게이션은 어김없이 외쳤다. “약간 우회전입니다.” 학습효과 덕분에 나는 직진하여 곡선도로로 향했다. 잠시 뒤 내비게이션이 외쳤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물 바다를 만들어버린 숙소

새로 온 2층 투숙객이 요란한 신고식을 치렀다. 나무 계단이 디딜 때마다 삐걱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2층까지 놓인 층계가 12개였으니, 삐걱 소리를 12번 낸 셈이다. 집 전체가 좋은 목재를 썼는지, 울림이 아주 좋았다. 까치발을 들어보았지만,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누군가 시끄럽다고 뛰쳐나오진 않을까, 마음 조리며 2층 하얀 나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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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작은 스튜디오였다. 더블 베드와 커피숍에 있을법한 정사각형 테이블, 그리고 냉장고를 포함한 싱크대가 전부였다. 가구들은 나무로 만들어져 연두색 벽지와 어우러져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런 아늑함이 북유럽 감성이 아닐까?

여행 출발 전, 한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슬란드 수돗물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식용 수라는 말이다. 나는 궁금함에 싱크대 수도꼭지를 돌렸다. 수압 강한 수돗물에선 진한 유황 내가 났다. 국민학교 시절 터트리던 방귀탄에서 나던 계란 썩은 내였다. 선반에 놓인 유리컵으로 따라 마셔보니 입 안에 유황 내가 향긋하게 퍼졌다. 맛은 좋았다. 다만, 석회질이 많은지 입안에 텁텁한 잔여물이 남는 느낌이었다.

아점 이후 10시간이 흘렀음을 깨닫자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라면 끓일 기운조차 없어 한국에서 준비한 멸치 볶음과 햇반으로 간단히 때웠다. 지친 나는 침대에 누워 잠시 쉬기로 했다. 아주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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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그새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눈을 떠보니, 아내가 눈물이 글썽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보, 나 어떻게 해.. 화장실..”

무슨 큰 일이라도 났나 싶어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맙소사 화장실이 물바다가 되었다.

두 평 남짓한 화장실은 물로 가득 차 있었다. 비누와 슬리퍼는 한가로이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배수구가 막혀 물이 넘치나 싶었다. 특이하게도 배수구는 샤워 부스 안에 있었다.

샤워부스는 화장실 4분의 1 크기로 바닥으로부터 한 뼘 정도 높았다. 아내는 화장실 바닥에 서서 샤워부스 쪽으로 머리를 숙이고 머리를 감은 모양이다. 머리를 고정하는데 쓰인 스프레이가 워낙 많았는지, 물을 많이 사용했다고 했다. 문제는 커튼을 치지 않아, 물이 그대로 바닥에 흘러내려버렸다. 아내는 당연히 바닥에 배수구가 있으리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물을 퍼내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싱크대 선반 위 유리컵을 꺼냈다. 그리고 물을 퍼서 세면대로 흘러 보내기 시작했다. 30분 즈음 퍼내자, 바닥에 남겨진 물이 다소 줄어 있었다. 이대로 두면 나머지 물은 화장실 라디에이터가 밤새 건조하여줄 듯했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피로감에 침대에 쓰러졌다. 아내는 이 날 이후로 한 가지를 배웠다. 씻을 땐 꼭 샤워 커튼을 쳐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