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화? 실비제화라고..?”

 

오늘도 성수역 4번 출구는 꼬신 내가 난다. 곱창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연 탓이다. 나 같은 범인(凡人)에겐 성수동=수제화거리’는 낯선 이야기다. 역사 내 몇 없는 구두 사진과, 조형물로 인식을 바꾸기란 어려운 일이다. 봐라, 지금도 쫄깃한 곱창 씹을 생각에 가게로 발걸음이 향하니 말이다.

 

딱, 한 블럭만 들어가면 된다. 수박도 쪼개보면 벌겋듯, 수제화 거린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구두관련 업체는 600여개라고 한다. 나는 실비 제화에서 맞추기로 했다. TV 방송으로 본 기억도 있고, 지인 추천도 있어서다. 지도로 찾아보니 성수동 구두 테마공원 옆이었다. 왼손엔 구두를, 오른손엔 망치를 쥔 장인 동상이 위치한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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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구두 테마 공원, 출처 = 성동구청

 

“발이 넓습니다. 괜찮을까요?

 

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안장다리에 평발이다. 게다가 볼도 넓다. EEEE쯤. 맞는 전투화가 없어 군대서도 물집 투성이였다. 발볼 좁은 기성화에 늘 새끼 발가락은 늘 통증에 시달렸다. 맞다. 어찌보면 가장 학대 받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사장님이 A4 계량지를 바닥에 두셨다. 신고 있던 구두를 벗고 올라섰다. 사장님께서 펜으로 슥슥 그으시며 말씀하셧다.

 

“발볼이 넓네, 게다가 짝짝이야. 그동안 아파서 어째 신었대?”

쪽집개 도사가 따로 없었다. 막힌 담이 헐린듯 속시원했다. 이제 디자인 차례다. 사장님은 매장 내 원하는 구두를 고르라셨다. 솔직히 말하자. 투박하기만 했다. 예쁘지도 않고. 맘에 품고 있던 디자인을 보여드렸다. 사장님은 힐끔 보시더니 “이런거 원하셨구만, 알았어 알았어 맘에 들게 해드릴게” 라고만 하셨다. 혹시 대충보신건 아닐까? “더 안보셔도 되나요?” “괜차녀 괜차녀. 맘에 들게 해드릴게.” 주문 제작 방식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이거다. 어떤 제품이 나올지 모른다는거.

 

“오랜만이다. 근데.. 이쁘네?”

 

꼬박 2주 만에 구두가 도착했다. 1주면 된다던 사장님 말씀 무안하게. 두세번은 전화했다. 자주 신던 구두를 수리 보낸터라 맘이 급했다. 기억해보니 사장님은 한번도 지연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대신 ‘어느 공정에서, 얼마만큼 진척이 나오지 않아, 언제 배송 됩니다.’ 라고만 하셨다. 분노할 만도 한데, 신뢰가 생겼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져서 올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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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아주 맘에 든다.’ 이다. 사장님께서 스윽 보기만 하셨을 뿐인데, 내가 원하는 느낌을 그대로 살리셨다. 윙팁 라인따라 구멍 뚫린 디자인을 원했는데, 그대로 표현되었다. 착화감도 아주 좋다. 겉감, 안감 모두 소가죽이다. 발바닥 느낌도 좋았다. 앞꿈치에서 뒷꿈치까지 단단해서 아프다는 느낌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볼이다. 아무리 발가락을 꼼지락여도 우주 공간에서 유영하듯 편했다. 걸을 때마다 볼 옆이 조여오는 통증도 없었고. 일단은 대 만족이다. 사장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다 기록해뒀응까, 사진만 보내.” 다음에 또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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