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보이그랜더(voigtlander) 렌즈를 네 몸과 같이 아끼라 (feat 오노미치 도인)

보이그랜더(voigtlander) 렌즈에게 씌워줄 후드를 구매하게 된 사연은 참으로 기구했습니다. 아참,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카메라 렌즈에 후드를 씌우는 행위를 정말로 싫어했던 사람입니다. 그 이유를 들으시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느끼시겠지만 ‘순수성을 잃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삼겹살을 쌈장에 찍어먹지 아니하며, 회는 절대로 초고추장에 찍지 아니한다. 이는 맛의 순수성을 잃기 때문이다.’ 라는 30년째 고수중인 저만의 개똥철학의 연장선입니다. 뭐 이유야 어쨋든 지금껏 구매했던 렌즈의 번들 후드는 렌즈에 거꾸로 달아두거나 아예 빼두는 등 전혀 사용을 안했습니다. 보호의 목적이요? UV필터가 잘막아줄텐데요?, 빛이 직접 들어오면 선명도가 떨어진다고요? 전 막눈이라 잘 모르겠어요; 지인에게 물어보니 렌즈후드는 뽀대를 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멋있나요? 심적으론 동의되지 않습니다. 저에겐 크고 아름다운 렌즈가 빛에 반사되어 번쩍 빛나는게 더 멋스럽게 느껴집니다.

여튼 때는 히로시마 여행 셋째날, 오노미치의 센코지 산에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 산 정상을 구경한 뒤, 걸어서 산을 내려오던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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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랜더(voigtlander) 35.4, 산 정상의 냥이상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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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랜더(voigtlander) 35.4, 문학의 길로 내려갑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은 그리 험난하진 않았습니다. 발 디딜만한 곳마다 작은 바위를 곳곳에 설치해두어 청소년들도 오르 내릴 수 있을만한 산입니다. 또 산을 내려가는 길목은 문학의 길이라고도 불리워 문학작품을 전면에 세겨둔 바위들이 곳곳에 위치합니다.  일본어를 모르기에 세겨진 문구가 어떤 작품인진 알 수 없었지만 이런 멋진 곳을 지나가고 있다는 뿌듯함에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누가 저를 부릅니다. 일본어로.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수풀 사이에 놓여진 크고 넓은 바위 위에 왠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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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70, 오노미치 도인

도인 : #!%!@!#!@#

me : 네? 저는 일본 사람이 아닙니다. 한국 사람입니다.  (이후 영어로 대화)

도인 : 오~ 한국사람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목에 걸린 그건 뭐죠? 니콘 카메라 입니까?

me : 아뇨 소니 카메라 입니다. 일본에서 만든거죠.

도인 : 아 소니군요. 그런데 렌즈가 정말 비싸 보이는데 보이그랜더 입니까?

me : 네, 맞습니다 대단히 잘 아시네요. 그런데 이건 그리 비싼건 아니랍니다. $500 입니다.

도인 : 모르는 소리, 그건 나에겐 굉장히 비싸고 좋은 렌즈입니다. 너무 노출 되어있어요. 그러다 깨지기 쉽상입니다. 네 몸과 같이 아끼십시요.

잠시 대화를 더 나눈 뒤, 도인은 오노미치를 즐기다 가라며 인사해줬고, 저도 즐거운 하루 되시라며 몸을 돌려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깨지기 쉽상입니다.’ 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이리도 맴 돌 줄은 생각치 못했습니다. 언제까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 라는 식의 미래를 아는듯한 어투는 그냥 지나치기에 뭔가 찝찝합니다. 맘 속에 계속 남고, 안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산을 내려와서도,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보이그랜더 렌즈를 장착한 상태로 카메라를 어딘가 살짝 부딪칠 때마다 생각납니다.

그래서 지르기로 했습니다…

보이그랜더 렌즈 후드를 찾아서

전에 없던 후드에 대한 강한 욕구로 온갖 온라인 쇼핑몰을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제 옷을 구매할 때도 이렇게 집중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침 보이그랜더 사에서 정품 렌즈 후드를 판매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멋스럽게 구멍이 뚫린 검은색 철제 원형 후드였습니다. 이녀석이라면 렌즈 앞에 날카로운 송곳이 오지 않는 이상 충격에 의해 렌즈가 깨지는 일은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와 그런데 가격이 정말 엄청납니다. 정품이라지만 6만원이라뇨. 저의 쇼핑몰 쿠폰함에 적재되어있는 실탄을 찾아보았지만, 적용할 만한 것이 없네요.
정가를 그대로 주고 사기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제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제어하기 시작합니다. 구매하기 버튼 근처를 맴돌던 마우스 커서는 차분히 창 닫기 버튼으로 향합니다.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자 Aliexpress 에서 “Lens hood 43mm”로 검색해보기로 했습니다. 품질이 중요한 물건은 절대 구매하지 않지만, 렌즈 후드는 품질 편차가 크지 않을 거란 기대에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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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gtlander LH-6, 정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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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렌즈 후드 in Aliexpress 

약 1/30의 말도 안되는 가격의 렌즈 후드를 찾아냈습니다. ($1=1,150원) 게다가 한국까지 무료 배송이라는 한마디에 주저없이 Check out 버튼을 눌러봅니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언제 오려나..

보이그랜더 렌즈후드 도착, 그리고 후기

정확히 배송완료까지 20일이 걸렸습니다. 8월 8일 저녁에 주문하여, 29일에 도착했으니 말입니다. 역시 Aliexpress는 잊고 살면 언젠가 도착하나 봅니다. 퇴근 후에 집에 가보니 아내가 카메라 용품을 샀냐고 물으며 우편함에 있던 것을 가져왔다고 보여줍니다. 설마? 하는 마음에 낼름 받아서 살펴보니, 성인 남성 손바닥만한 크기의 흰색 종이 봉투에 “Camera Accessories” 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역시, 녀석이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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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종이봉투를 개봉하니 투명색 에어캡으로 포장된 검은색 렌즈 후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손 아귀에 쥐어보았을 때 체감 무게는 100g 내외로 금속 덩어리임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의미가 금속이 무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두 손으로 후드 좌우편을 잡고 휘어도 보고, 두드려도 보았지만 쉽사리 파손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제 역할을 다 할수 있으리라 기대 됩니다. LM-EA7을 장착해둔 저의 소니 a7m2 에 보이그랜더 렌즈를 다시 장착한 후, 렌즈 후드를 장착해보았습니다. 장착만 몇개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하하.

후드는 렌즈 대물 렌즈 부의 작은 홈에 끼워 살살 돌리니 꽤나 견고하게 결합되었습니다.  Aliexpress에서 구매한 다른 제품들의 마감(finish) 부분에서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많이 했던 터라 후드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만 검은색료 도색도 깔끔하게 이루어져있었습니다.

이정도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퀄리티입니다. (가격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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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실 착용샷, iPhone 7 plus

보이그랜더 정품 렌즈 후드인 lh-6 보다는 렌즈 후드 구경이 조금 작습니다. 그리고, 후드 옆면의 구멍도 조금 작습니다. 때문인지 Classical함은 약간 부족해 보입니다만 1/30의 가격은 모든 것을 용서하게끔 만드네요. 아주 맘에 듭니다.

1편 링크입니다.  Voigtlander Nokton 35.4 와 함께한 히로시마 여행

구매 링크는 아래 버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