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는 좋은 선택이었다. 이외엔 마땅한 여행 수단이 없었다. 이외 고려할 만한 수단이라곤 버스뿐이었다. 국내선 비행기가 있었지만 4개뿐인 공항(케플라비크, 호픈, 에질스타디르, 아큐레이리)에 도착한 뒤엔 다시 버스나  렌터카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Reykjavik Excursion(www.re.is)를 이용하면 된다. 아이슬란드 유명 지역 대부분을 운행한다. 계절에 따라 섬 중앙부인 하이랜드 버스도 운행한다. 다만, 한국 고속버스 가격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섬 한 바퀴를 도는 Circle passport 상품은 한국 돈 47만 원이다. 물론 1인 가격이다.

편한 여행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면 RE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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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60만 원에 4륜 스포티지를 렌트하는 편이 더 저렴하지 않은가? 내가 여행하는 구간엔 통행료도 필요치 않았다. 주유비를 포함해도 70만 원을 간신히 넘길듯했다. 운전도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한국과 같이 운전석은 좌측다. 주행 방향도 우측이었다. 운전자의 노동만 제한다면 합리적인 여행으로 보였다.

하지만 렌트 과정이 조금 만족스럽지 못했다. 우리가 원했던 차를 렌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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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사무실은 공항에서 400미터 즈음 떨어진 곳이었다. 빨간색 파란색 차들이 가지런히 정렬된 주차장을 하나 지나고 나면, 벽면과 지붕 모두 하얀 2층 목조 건물이 나온다. Atak, Fox 등 로컬 렌터카 사무실들이 입주한 건물이다. 우리는 미리 예약한 Blue Carrental로 향했다. 건물 1층,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좌측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입구엔 투싼, RAV4 등 SUV 6대가 주차되어있었다. 6대 모두 보닛과 루프 등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아이슬란드가 춥긴 춥나 보다. 한겨울 새벽녘에나 생길 서리가 오후 5시에 서렸다. 아이슬란드 운전을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처음으로 들었다. 혹시 도로가 얼어버리면 어쩌지? 제설이 되지 않아 갇혀버리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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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후회를 안아 들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실내는 따뜻했는지, 머물던 온기가 열린 문을 통해 나를 덮쳤다. 제주도에서 볼법한 검은 현무암이 잘게 부서져 바닥을 이뤘다. ‘아이슬란드=대자연’을 고려했을 때, 매끄러운 대리석이나, 딱딱한 시멘트 바닥보다는 훨씬 기분 좋게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사무실 우측엔 작은 테이블을 중심으로 2인용 소파 2개가 마주 보고 있었고, 그 위로 커다란 등산용 배낭 2개가 각각 놓여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의 짐으로 보였다. 소파 옆 하얀 벽면 가운데엔 거대한 사진이 붙어 있었다. 호수 위로 오로라가 서린 사진이었다. 호수 주위는 눈 덮인 거대한 산과 빙하가 있었다. 인상적인 사진이었다. 나도 이런 사진과 같은 장면을 보고 싶은 기대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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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좌측엔 흰색 카운터가 있었다. 직원 두 명이 카운터 좌우측에 위치했다. 우측 직원은 갈색 머리 백인 남성 두 명을 상대 중이었다. 그들은 소파 위 배낭 2개의 주인으로 보였다. 예약 확인을 위해 좌측 직원 앞으로 걸어갔다. 좌측 직원은 금발 머리로 백인 남성으로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렌터카 예약을 했는데요.”

“예약 확인서 보여주세요.”

가방에서 준비해둔 예약 확인서를 찾아 건넸다. 예약 확인을 완료한 그는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챘다.

“안녕하세요?”

“오, 한국어를 할 줄 아시는군요.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나요?”

“네, 서울을 한 번 가본적 있습니다. 전 오스트리아 출신인데, 한국인 유학생들을 통해 한국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군요.”

“아뇨, 오스트리아입니다.”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누군가 중국이나 일본 출신이라고 묻는다면 나도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즉시 사과를 했고, 그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왠지 무거워졌다. 대화는 단절되었고, 약관을 읽는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어디까지 가시나요?”

“일단, 요쿨살론까지 다녀올 예정입니다.”

“디르 홀레이를 가시겠죠? 거긴 굉장히(Extreamely) 위험한 곳입니다. 화산재와 모래, 그리고 자갈 보험을 가입하길 추천합니다. 조심하고 문제없을 거라 여긴다면 상관없습니다. 제 문제는 아니니깐요. 하지만 사고 나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오스트리아 건으로 불쾌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언급했으니 말이다. 여하튼, 그는 우리를 겁먹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설명 덕분에 디르홀레이가 엄청난 험지처럼 느껴졌다. 카드로 보험금을 추가 결제한 후, 직원은 차량을 안내해주겠다며 손짓했다. 뒤편에 두었던 캐리어를 들고 그를 따라갔다. 그는 사무실 입구 바로 옆 쥐색 투싼으로 우릴 안내했다. 아내와 천천히 차를 둘러보았다. 잔흠집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차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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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포티지를 예약했습니다. 스포티지와 투싼은 다른 차입니다. 아닌가요? 기아와 현대는 브랜드가 다릅니다.”

나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보통 예약과 달라질 경우, 미안하지만 양해해달라는 말이 먼저다. 그는 턱에난 노란색 수염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대답을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설명할 테니깐 잘 들어봐요. 투싼과 스포티지는 같은 차입니다.

첫 번째로 둘 다 4륜 구동입니다.

두 번째로 둘은 같은 엔진을 사용합니다.

세 번째로 현대나 기아는 같은 회사입니다. 그러므로, 내게 두 차량은 외관만 다를 뿐, 같은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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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쟁은 더이상 불필요했다. 우긴다고 하더라도 스포티지를 얻기는 어려워 보였다.

“여보 이 차 맘에 들어요. 얘는 앞으로 VJ라고 부르자”

아내는 차량이 맘에 들었는지 번호판 앞자리를 애칭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VJ. 나쁘지 않았다.

차키를 인수 받은 뒤 가볍게 악수를 청했다. 오스트리아에 대한 사과하는 마음을 담았지만, 전해졌을까.

“오늘은 하늘을 주시하세요. 노던라이트(Northern Light, 오로라)를 볼 수 있을 법한 날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웃으며 오로라를 예고했다. 그리고 덫붙였다.

“좋은 여행 되세요. 노던라이트를 볼 수 있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