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물만 먹어도 찌는 체질이 되었다. 원래 그렇진 않았다. 뼈 밖에 없던 내 체중이 변화를 2번 겪으면 서다. 군 전역 직후와 입사 직후. 누구나 짐작할만한 이유다.
아이슬란드에 오기 전 회사 부장님들은 말씀하셨다.

“아무리 빼봐야 결혼식장 나서는 순간부터 쪄”

나날이 헬슥해져가는 나를 두고 걱정이 많으셨나 보다. 아니면, 경험담이거나.
10kg을 감량했다. 저녁 굶어가며 땀 흘린 결과다. 결혼 소식에 동네 체육관 관장님은 PT(Personal Trainer)를 자처하셨다. 물론 공짜로. 난 참 복 받았다 생각했다.

선의가 악의로 느껴지는데 15분도 안 걸렸다. 그중 10분은 옷 갈아입고, 신발 끄트머리를 툭툭 치는데 걸린 시간이다. 살인적인 운동 스케줄이었다. 나는 실험당하고 있었다. 어디까지 인간이 버틸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 고문학 논문 주제로 쓰일 법한 일들이 일어났다. 땀 한 방울에 눈이 따끔거릴 때마다, 다신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먹는 즐거움보다 더 한 고통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그런데, 세어보니 벌써 세 접시다. 한 접시만 간단히 먹으려 했는데, 포크를 든 순간부터 내려놓는 순간까진 기억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의식 상태였다. 포만감을 느낄 때즘 정신을 차렸다. ‘여기서 더 먹으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포크를 내려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점차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다른 통증은 금세 뇌에 전달되는데, 왜 위는 그렇지 않은지 모르겠다. 식욕 절제란 이렇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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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가짓수가 많을 줄 알았다. 얼마 전 인천 호텔에 갔을 땐 양식과 한식이 20가지 이상 나오더라. 그냥 비즈니스 호텔이었는데 말이다. 여기엔 음식이 예닐곱 가지 있었고, 하나씩 가져와서 보니, 샌드위치 재료였다. 양상추가 없긴 했지만, 빵 위에 재료를 차례대로 얹던 중 아내 건너편 테이블을 보았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게 그냥 먹어진다고? 나는 조심스레 빵에 얹었던 치즈를 다시 내려놓았다. 아무 일 없었던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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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섞어 먹는데 익숙한 우리다. 삼겹살 먹을 때 말곤 앵간 해선 생 오이는 먹지 않는다. 그마저도 된장에 찍어 먹는다. 슬라이스 된 오이를 포크로 찍어 먹는 건 낯선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 아침에. 뭐라도 찍어 먹어야 할까 싶어 둘러봐도 달착지근한 잼뿐이었다. 이걸 어떻게 먹는단 말이지? 눈 딱 감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싱싱한 맛? 생생한 맛? 이 맛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토마토 하나, 오이 하나 먹으면서 무슨 말이 이렇게 많냐만, 건강한 맛이라 칭하련다. ‘신선함’이라는 식감을 넘어, 생기까지 느껴졌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선가, 하나씩 먹어도 심심치 않았다. 서양 사람들이 재료 하나하나의 식감을 살리는 요리를 만드는 이유처럼 느껴졌다. 우린 섞어 먹어야 제 맛인데.

레스토랑을 나서던 나는 한 가지를 기억해냈다. ‘어제 찍은 오로라 사진 정리하기’

재빠르게 침대에 엎드렸다. 그리고 노트북을 켰다. 눈으로 다시 봐도 믿을 수 없었다. 어제 내가 이걸 봤다니. 사진은 실제보다 화려했다. 이정돈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기억이 왜곡되나 보다. 오로라는 초록색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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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분 쯤 지났나 보다. 눈이 조금 침침하다.

나 자신에게 말 걸었다. ‘잠깐 오로라 생각할까?’ 질문과 동시에 수긍이 이뤄졌다. 천장을 보기 위해 침대에 돌아누웠다. 가지런한 스트라이프가 어젯밤 본 오로라 고리처럼 보였다. 일렁인다. 살아있는 듯이.

어젠 이거보다 느렸던 거 같은데, 점점 빨라진다. 졸리다. 눈을 부릅떠 보지만 못 버티겠다. 아주 잠깐만, 아주 잠깐만, 자고 일어나야겠다. 눈을 감고 의식을 잃기 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물만 먹어도 찌는 체질이 맞나? 진짜로? 에라 거짓말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