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마을을 포기하다

아내와 나는 결혼 전, 신혼여행지 결정으로 의견 충돌이 잦았다.

아내는 아름다운 서유럽 국가 혹은 휴양지를 원했고, 나는 아이슬란드였다.
의외로 타협점은 쉽게 찾았다. 바로 경유지 였다.

아이슬란드를 가기 위해선 서유럽 국가(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를 8~10시간 경유하여야 한다.
아내에게 아이슬란드를 가면서 유럽 2개국은 서비스로 갈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 수 있는 찬스가 온 것이다. 여기엔 한가지를 덫붙였다.

“너무 아름다운 것도 오래보면 질리기 때문에 발만 담그고 와야 그 기억이 오래갈 것이다.”

라고 말이다. 심성이 착한 아내는 곧잘 내 말을 믿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in)과 프랑스 파리 (Out)를 발(?)만 담그고 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실제 경유지 일정을 계획할 때 발생했다.아무리 생각해도 9~10시간은 무언가를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왕복 2시간과 출국 수속 및 대기시간 2시간을 제외하면 5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아름다운 풍차마을 잔센스칸스를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서 작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저 멀리서 반갑다고 팔을 흔들어대는 풍차들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또 그 아래에서 아내와 스튜디오 촬영을 안하는 대신 스냅 촬영을 해보면 어떨까. 한걸음 한걸음 그 시간을 아내와 공유하는 기분은 어떨까. 등등을 생각하며 말이다.

출처 interpark.com i amsterdam - svg xml  3Csvg 20xmlns 3D 27http 3A 2F 2Fwww - 아이슬란드 신혼여행 #3. I Amsterdam,암스테르담 경유 9시간

(출처: interpark.com)

겨울 네덜란드는 일조시간이 오전 8시이다. 8시가 되면 하늘이 마냥 퍼렇다.
10시는 되어야 한국의 아침 같다고 보면 된다. 잔센스칸스를 포기한 이유는 일조시간 때문이었다. 내가 상상한 잔센스칸스를 보려면 10시는 되어야 할테니 말이다.
두어시간 보다보면 돌아올 시간이 촉박하다 판단했다. 그래. 풍차는 무슨. 튤립과 풍차는 에버랜드에도 있으니 하~나도 안 아쉽다. 하~~~나도.

I Amsterdam

서론이 너무 길었다. 결론은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방문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도보 30분 거리이지만, 아내 인생샷을 찍는데에 족히 2시간은 소요되리라 예상하여 내린 결정이다.
국립 미술관에는 I Amsterdam 이 있다. 당당하게 내가 암스테르담이오 하듯이 곧게 서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친근감도 느껴지지 않은가. 이 녀석이 오늘의 목적지이다. 그래서 국립미술관은 관람이 아니라 방문이다. 가는 길은 아래 구글 지도를 첨부한다.

스키폴 역에서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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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폴 공항 지하철역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가기 위해선 스키폴 공항 지하에서 지하철을 타야한다. 지하철 표를 구입해보니 한국의 지하철이 얼마나 쉽고 선진화 되어있는지 절로 느껴진다. 문화의 차이라고 한다면 할말없지만 카드 투입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심하지 않은가.

아무도 없는 빈 플랫폼은 고요하다. 같은 화면만 반복하는 전광판은 첫 차 시간이 6시임을 강조한다. 한국에선 벽마다 붙어있던 광고는 여기선 찾아보기 힘들다. 이 동네는 초등학생도 없나보다.. 한국서 열차 대기시간에 역 구석에 조그마하게 적혀있던 인근 초등학생의 시를 가끔 읽곤 했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문구들에 깜쪽 놀랠 때가 많다. 나라는 국민학생은 TV에서 2020 원더키디만 바라보았는데 말이다. 여튼 이 동네는 깔끔하다.

열차가 들어오고 함께 기더리던 승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열차 내부는 한국과 확연히 다르다. 열차 양 옆을 따라 길게 앉는 방식이 아닌, 4명씩 마주보는 방식이다. 입석을 원한다면 출입구 근처에 서있어야 한다. 중앙역까진 서너정거장, 2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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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며 간다.

암스테르담에서.

암스테르담 센트럴 역에 도착해보니 역 밖엔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일기예보 어플리케이션은 오전 8시까지 5mm 우천임을 나타낸다. 역 내 스타벅스에서 잠시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를 가지고 출발해야겠다. 조급한 맘은 짐과 함께 잠시 테이블에 내려두고 주문을 시작한다. 

One tall Americano, and a piece of Revelvet cake, please

비몽사몽이라 제대로 말했는지도 모르겠따. 기대와 달리 해외 스타벅스라고 특별할 것은 없는듯하다. 가격도 맛도 한국의 스타벅스와 차이를 못느끼겠다. 우리가 지쳐서 못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따스한 커피와 달콤한 케잌은 메마른 땅에 단비가 내리듯 새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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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암스테르담

잠시 뒤 비가 그치고, 해가 뜨기 시작한다. 어둠속에서 건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아름다운 외모를 뽐내는 모델과도 같달까.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틈을 타 바닥에 고인 물이 사고를 친다. 빛을 반사시켜 모델을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암스테르담이라는 꽃 한 다발을 선물 받은듯하다.

결혼을 축하해요. 환영합니다.

라고.

암스테르담 스냅촬영 

아름다운 건물들은 곧 웨딩 스냅사진의 배경이었다. 인위적인 스튜디오 촬영이 아닌 실제를 원했기에 미리부터 이곳에서 촬영을 계획하고 있었다. 전문 촬영작가에게 맡겨볼까도 고민했지만, 아내 사진을 손수 찍는 경험도 신혼여행의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돌이켜보면 옳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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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fe in Amsterdam 16′

겨울철은 보통 건조하여 메마른 느낌 사진이 찍힐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밤새 내린 비가 땅을 촉촉히 적시어 생동감이 느껴지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만약 아름다운 스냅촬영지로 파리와 암스테르담을 비교한다면 나는 암스테르담을 선택하겠다. 파리에서의 촬영은 매우 만족스럽지 못했다. Beggar들이 너무 많았고, 주차 공간 부재로 골목마다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그럴싸한 몇몇 포인트에서만 멋진 모습인 것처럼 연출할 수 있었을 뿐이다. (실제 신혼부부 스냅촬영 현장을 구경했다.) 나는 암스테르담을 추천한다.

I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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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sterdam

국립 미술관 중앙 터널을 통과하니 멀리 I amsterdam이 보인다. 날씨가 흐리고, 오전인 탓에 관광객도 많지 않다. I amsterdam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한두명씩 줄을 서는가 싶더니, 방사형으로 퍼져 각자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워낙에 큼지막하니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인증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증샷 없이 암스테르담을 떠나는건 섭섭한 일이다. 20여분 이리저리 찍고나니 너무 춥다. 이제 아이슬란드를 향하여 중앙역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9시간은 절대적인 수치로 긴 시간이다. 하지만 공항과 도시가 가깝지 않은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으로 판단해야한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왕복 3시간, 공항 대기 2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관광시간은 4시간이다. 여기서 식사 시간 1시간을 다시 제외하면, 왕복 3시간안에 관광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경유 관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아이슬란드로 가는 일만 남았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