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M이 외치는 ‘본질’

장고 끝에 라이카 M240을 샀다. 카메라 샵에 함께 간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남편이 집어 든 카메라가 낯선 중고 카메라여 서다. 반셔터만 누르면 ‘삐빅’소릴 내던 카메라도 아니다. 어정쩡한 포즈로 렌즈 초점 링을 이리저리 돌려야 찍을 수 있는 카메라였다. 참다못해 한 마디 했다. “아니, 최신형을 두고 왜 그런 걸 사? 그 돈 주고? “

그러게 말이다. 나도 뭐에 홀려 라이카를 사보겠다고 왔는지 모르겠다. 과시욕도 아니고 말이다. 최신 카메라와 렌즈를 사도 남는 돈으로 몸체만 사고 나니 뭔가 손해 본 기분이다. ‘본질’이라는 말만 듣지 않았어도, 거들떠보지 도 않았다. 궁금했을 뿐이다. 본질이 뭐길래 남들 다 넣는 LCD를 빼기도 하고, MF(Manual Focus)를 고집하는지.

 

Leica M (출처 : https://www.digitalrev.com) leica m - svg xml  3Csvg 20xmlns 3D 27http 3A 2F 2Fwww -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카메라, 라이카 Leica M

Leica M (출처 : https://www.digitalrev.com)

 

라이카 M이 들려주는 이야기

카메라는 이야기꾼이다. 장터 한 귀퉁이서 구수한 입담으로 사람들 쌈지 주머니를 여는 사람이다. 이야기꾼이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야기를 담고, 풀어내면 된다.

라이카 M은 편안한 낯을 가진 이야기꾼이다. 아버지 장롱 속에서 나온듯한 클래시컬한 구수함과 6.3인치 작은 크기가 무기다. 자연스러움과 친숙함으로 이야기를 담아낸다. 덕분에 ‘촬영’이라는 부담감이 없다. 덩치 큰 DSLR 앞처럼 바짝 긴장하지 않는다.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흘러 나오는 사람들 가슴속 이야기를 보게 된다. 사람들이 보이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 보이는 모습이. 그래서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담긴다.

 

손 무거운 한가위, 대전역 leica m -        L1007425 -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카메라, 라이카 Leica M

손 무거운 한가위, 대전역

 

같은 이야기도 꾼들은 저마다 다르게 풀어낸다. 담긴 이야기를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내용은 강조하고, 지루한 부분은 편집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발색으로 재치 있게 이야기하는 소니나, 기억에서 끄집어낸 듯 아련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후지필름처럼 말이다. 그에 비하면 라이카 M은 사람 내 나는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다. 밑그림부터가 튼튼하다. 풍부한 명암 계조(Gradation)를 위해 굵직한 흑백 뼈대에 수많은 중간색 잔뼈를 덧댔다. 그 위에 각양 각색의 염료를 흩뿌리고 속 깊이 베어 들길 기다리면 마법이 시작된다. 진한 입체감있는 이야기다. 내 눈 앞에서 펼쳐진 듯 말이다.

 

계족산, 밤따기 leica m - l1007869 -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카메라, 라이카 Leica M

계족산, 밤따기

 

라이카 M은 요구한다. 그리고 알려준다.

까다롭게도 라이카 M은 한가지를 요구한다. ‘천천히, 네 삶에 집중해라’이다. 건방지게 무슨 요구냐 싶겠지만, 찬찬히 들어보면 납득할 법도 하다. 라이카 M이 고수하는 이중 합치 방식은 AF(Auto Focus)에 비해 다루기 까다롭다. 뷰 파인더에 표시된 두 개의 상을 초점 링을 돌려 일치시켜야 한다. M(Typ 240)에 들어서야 라이브 뷰 방식이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초점 맞추기는 어렵다. 심도가 낮기라도 하면, 집중해서 찍어야 간식히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건진다. 때문에 빠르게 촬영하긴 포기해야 한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바라보며, 천천히 생각해야 한다. 내 돈 내고 왜 고생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뒤로 돌아 나가면 된다. 이건 선택이다.

 

이중합치, 가운데 상을 합치 시켜야 한다.  leica m -              2 -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카메라, 라이카 Leica M

이중합치, 가운데 상을 합치 시켜야 한다.

 

하지만 집중하는 순간, 흘려보내 오던 삶의 짧은 순간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마주하던 일상이 새로워진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섦에 던져지니, 매일매일이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다.  여행하면 떠오르던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으로의 발걸음은 이를 깨닫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미 인생이라는 여행길을 걷고 있는데 말이다. 참 신기한 카메라다. 라이카 M은. 일상을 여행처럼 만들어주는.

 

Leica M, I love it leica m - svg xml  3Csvg 20xmlns 3D 27http 3A 2F 2Fwww -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카메라, 라이카 Leica M

Leica M, I lov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