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조금만 더더더더”

짧은 호흡 소리에 간호사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아..’ 작고 예쁜 아기다. 내 아들. 34주 만이다. 40주 채워서 나올 줄 알았는데, 한 달이나 일찍 나왔다.

출산 당일은 여느 때와 같았다. 아침 7시에 일어났고, 잠든 아내 두고 집을 나섰다. 도로는 전날 내린 비로 축축한 채였지만, 징검다리 건너듯 사뿐히 뛰어 건넜다. 하늘은 파란 미 뽐내듯 맑았고, 누군간 붓으로 하얀 구름 글씨를 휘갈겨 두었나 보다. 비 온 다음 날. 간만에 만난 상쾌함에 걸음에도 흥이 가득했다. 버스정류장을 10걸음 앞뒀을까. 벨소리와 함께 스마트폰 화면에 아내 얼굴이 떠올랐다. 이 시간에 전화한 적이 없는데. 내심 불안감이 엄습한다. 큰 일이라도 생긴 걸까. 아내는 다급하게 집으로 오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무래도 양수가 터진듯하다고.

용용이는 참 세상을 빨리 보고팠나 보다. 34주 5일이라니. 다니던 산부인과는 대학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아내는 곧바로 병원 진통실로 이송되었고, 점점 주기 짧아지는 진통에 고통을 호소했다. 마스크와 장갑, 그리고 머리 두건까지 착용한 간호사들마저 하나둘 진통실에 들어오자, 아내 표정엔 불안한 기색도 떠올랐다. 늘 웃음 가득하던 아내도 처음 겪는 출산은 걱정되는 모양이다. 잠시 뒤 투여된 무통주사에 아픈 기색이 조금 가셨지만, 1부터 10까지 고통을 숫자로 말해보라는 간호사들 질문에 연신 7을 외쳤다. 아프긴한데, 얼마나 더 아퍼야 10인진 몰라서 7을 외쳤겠지. 아내가 산소호흡기를 착용하자, 심호흡 연습이 시작되었다. 힘 주기 연습도 한댄다. 숨을 들이마신 뒤 아래쪽으로 힘을 가하랜다. 흡흡 후, 흡흡 후.

시작 된 줄 다리기. 용용이와 아내, 그리고 호락치 않은 세상. 한 팀은 아직 호흡이 잘 맞지 않은듯 보였고, 다른 한 팀은 나올테면 나와보라는듯 웃고 있는듯 보였다. 여러 차례 ‘힘 주기’에도 용용이는 끝내 머릴 내밀지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내 이마 위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열 번째 시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간호사들이 한마음으로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를 외쳤다. 그리고, 용용이가 태어났다. 2.42kg. 다른 신생아보다 적은 몸무게다. 아빠를 닮았는지, 4kg 우량아 못지 않게 목소리는 우렁찼다. 가는 팔다리, 살도 붙지 않아 마른 몸뚱이였다. 팔다리를 움직이는게 처음인듯, 공중 위를 휘휘 젓는 모습이 자그마한 몸짓으로 살아내려 발버둥치는듯 보였다.

“사진 찍으셔도 됩니다. 동영상 찍으셔도 돼요.”

누군가 대여섯 번은 외쳤다. 나는 아기만 바라보느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게 진짤가?, 내 애야? 맞아?’ 스스로에게 ‘맞다’라고 답하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탯줄이 잘린 아기는 벌건 얼굴로 목청껏 울고 있었다. 안쓰러움이 컸을까. 아니면 신비로움이 컸을까. 몇 번을 운건지 모르겠다. 남자는 세 번만 울라던데. 아빠가 되었다는 책임감일까.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일까. 아직도 모르겠다. 뭐라 정의해야 할지. 실감나지 않던 첫 임신 소식과는 다르다. 한 없이 눈물만 나는 밤이다.

진짜, 아빠가 되었다. - svg xml  3Csvg 20xmlns 3D 27http 3A 2F 2Fwww - 진짜, 아빠가 되었다.

용용아. 세상에 온 걸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