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질까 싶어 조급하게 운전했다. 게이시르서 담은 따스한 온기는 굴포스(Gullfoss) 주차장서 모두 날아갔다.

추웠다. 정말 추웠다. 어찌 이리 춥나 싶을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뺨 몇 대 맞은 듯 귓불이 얼얼했다. 코 끝은 봉긋한 고드름이 열렸다. 복장이 얇지도 않았다. 한겨울 지리산 야간 산행하는 회사 덕에 어지간한 추위는 끄떡 않을 장비들이었다. 히말라야 산이 그려진 패딩은 아이슬란드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장비다.

주차장에서 굴포스까지 300미터 걷기도 고역이었다. 도대체 바람이 어디서 부는겐지 고개만 푹 숙였다. 이렇게 하면 덜 맞으려나. 뒤 돌아보니 아내는 괜찮은 모양이다. 깊숙한 모자 달린 롱 패딩이 어지간한 바람은 막는 모양이다. 내 짧은 패딩은 이리도 추운데. 산은 왜 그려놔서 따스함을 기대하게 하는 건지. 나도 롱 패딩이나 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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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사람 발 뒤꿈치만 보며 따라갔다. 허락이라도 구할걸 그랬나. 굴포스 접근은 쉽지 않았다. 다가갈수록 거센 바람으로 우릴 밀어냈다. 붉은 장미꽃 둘러싼 가시 같달까. 어쩌겠는가. 찔려도. 아파도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꽃을 보기 위해. 아름다움을 위해.

갈림길에 섰다. 윗길, 아랫길. 언덕에 올라 굴포스를 멀리서 한눈에 보려면 윗길로 가야 했고, 굴포스를 가까이서 보려면 아랫길로 가야 했다. 간밤에 눈이라도 온 건지, 아니면 낙수가 튀어 얼어버린 건지. 아랫길은 꽁꽁 얼어있었다.

한 청년이 용기 내어 아랫길을 설금설금 걸었다. 조심스레. 예닐곱 걸음에 두세 번은 넘어졌다. 아차 싶었는지, 돌아오려 뒤돌다가 또 넘어졌다. 보다 못한 장년 두 명이 나섰다. 무릎을 바닥에 대고 기어 간신히 청년을 구출했다. 빠져나온 청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아쉬움. 섬뜩함. 뭐 그런 걸 내뱉었겠지. 더 이상 아랫길을 도전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릴 비롯한 갤러리들은 자연스레 윗길로 향했다. 나무데크를 설치한 윗길은 얼어붙은 아랫길과 달리 편히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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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포스 옆 언덕으로 이어졌다. 굴포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폭포는 3단이었다. 원수(原水)는 섬 중앙 흐비타 바튼(Hvitarvatn)으로부터 시작된 욀퓌사우 강줄기였다. 퍼런 게 시원해 보이기도 했지만 은은한 우윳빛깔이 탁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 막걸리다. 양은 주전자로 조심스레 따라 붓는 우리네 전통주. 걸쭉한 게 딱 이거다. 누런 사발에 막걸리를 따랐다. 주둥이 넓은 주전자로 붓다 보니 속 깊어 보이던 사발도 금세 차올랐다. 왼손 펴 보이며 거절해도, 계속 부어댄다. 끄트머리 0.5cm쯤 남기도록 따르는 게 예읜데, 내 사랑을 담았다며 거짓을 속삭인다. 한 잔에 마음이라도 쏟아버리듯. 가진 거 다 털어버리듯.

턱.

둔탁한 사발 부딪치는 소리. 보란 듯이 잔을 비웠다. 첫 잔부터 안 비우면 약해 보이니깐. 이놈의 영웅심리가 몸 베리는 줄은 술 깨고 나서야 깨닫는다. 슬슬 취기가 올라온다. 하나가 두 개 되고, 두 개는 여덟 개 된다. 초점 흔들려도 애써 아닌척한다. 얼굴 벌게져도. 혀가 꼬여도. 속 쓰려도 참는다. 티 내면 지는 거다. ‘끄윽’ 트림 소리. 황금빛 취기가 피어오른다. 아아, 멋지다. 황금빛 여행 제대로 한다. 내가 취한 겐가, 네가 취한 겐가. 내가 폭포를 보는 건가, 막걸리를 마시는 건가 분간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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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카메라도 말 안 듣네. 떨지 말라고 방지 기능 넣어뒀더니 흔들린 사진만 찍어댄다. 바람이 흔드는 건지, 내 손이 흔드는 건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춥다. 정신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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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Brunch 에 발행 중인 글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