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이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건 식사다. 시간을 잘 챙기지 않으면, 급격한 체력 저하로 하루 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식당을 따로 정해두고 오지 않았다. 비에이 기차역이 있다는 소리에, 뭐라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기차역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하지 않았던가.

잘못된 생각이었다. 기차역 주변엔 제대로 된 식당이 없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비에이 역은 시골 간이역과 같았다.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간이역 말이다. 비에이(美瑛) 행정단위가 마을을 듯하는 정(町)이었음을 간과했다. 비에이는 조그마한 마을일 뿐이었다.

기차역에서 정(町)사무소 방향으로 한 블럭 걸었다. 길을 따라 늘어선 폭 얇은 하얀 집들이 늘어서 있었고, 모두 귀여운 보랏빛 지붕을 얹고 있었다. 보도블럭 틈새를 비집고 연분홍빛 코스모스까지 얼굴을 내미니 보랏빛 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마을 출구 방향으로 150m 가량 걸으면, 아담한 레스토랑 오키라쿠테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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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위 ‘카페&레스토랑(Cafe&Restaurant)’문구가 낯설다. 카페면 커피집이고, 레스토랑이면 스테이크 집이 떠올라서다. 이게다 매체의 힘이다.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TV에서 스테이크 선전만 주구장창 해대지 않았던가. 나는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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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 노릿한 벽과, 구수한 나무 인테리어가 갓 구운 빵 냄새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한껏 올려둔 마음 속 가드를 내려버렸다. 포근함이 가슴팍을 ‘똑똑’ 노크해대는데, 더이상 버틸 재량이 없었다. 나긋한 주인 아주머니께서 창가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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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시간이어선지, 가게엔 우리뿐이었다. 주문가능한 메인 메뉴는 4가지였다. 메뉴판엔 총 6가지였지만, 그중 두가지는 길죽한 포스트잇으로 가려져 있었다. 영어로 요리명이 쓰여져 있었고, 좌측 사진이 설명을 도왔다. 특징있는 요리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관광지라면 흔히 볼 수 있는 ‘너만사랑해밥’, ‘한라산볶음밥’처럼 누군가에게 먹었다고 자랑할만한 요리명이 없었다. ‘친구야, 나는 A tomato and vegetables stew of the chicken 먹어봤다!’ 는 이상하지 않은가. 총 3개 메뉴를 골랐다. 밥과 샐러드, 스프가 함께 나왔다.

각 요리들을 간략히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다.

Salad

흔한 샐러드라 생각했다. 늘 먹던대로 큼지막한 브로컬리를 포크로 찍어 베어물었다. 혀 끝에 느껴지는 고소한 올리브 향에 기분이 좋았다. 드레싱 소스는 올리브 오일인가보다. 산뜻한 브로컬리 향을 기대하며 베어물었는데, 난데 없이 소금 맛이 난다. 당황스러웠다. 샐러드에 소금 간이라니. 입 안에서 혀로 돌돌 굴렸다. 짭짤하진 않을까 걱정되었다. 놀랍게도 소금이 야채 고유 맛을 풍성하게 해줬다. 아보카도 섞은 바나나 쥬스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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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etable soup

야채스프엔 잘게 썰린 브로콜리 양파 당근이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맹맹하거나, 슴슴하진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약간의 소금간이 되어 있었다. 따스한 스프로 식전 속을 부드럽게 다스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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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wine stew of the beef the vegetable side

구운 가지와 단호박이 매력 포인트다. 익혀져 나온 소고기에 소스가 깊이 베어져 마치 서양식 장조림을 먹는 착각이 들었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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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tin of mashed potato and the meat sauce

그릇째 익혀서 온화해 보이는 겉과 달리 속은 지옥불처럼 뜨겁다. 총 3개 층으로 되어있다. 부드럽게 얹힌 치즈와 두터운 포테이토 층, 그리고 다진 쇠고기 층. 포크로 이 모든 층을 한 번에 떠먹어야만 한다. 텁텁할 수 있는 포테이토에 다진 쇠고기가 섞이자, 식감이 보다 쫄깃해진다. 거기에 다달한 치즈맛ᄁᆞ지 느껴지니 느끼하거나 텁텁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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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omato and vegetables stew of the chicken

토마토 향이 진한 스튜였다. 야채와 닭고기 속에 깊이 베어든 토마토 향 소스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닭고기는 연하고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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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갓 나온 푸딩과 파이까지 먹으면 근사한 점심 식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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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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