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rip with A lens    (feat: Voigtlander NOKTON 35.4)

여행을 다닐때마다 늘어가는건 짐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였습니다.

여행엔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화각별로 렌즈를 갖추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나봅니다. 16-35mm, 55mm 70-200mm 등 계속해서 렌즈를 구매하여 여행대마다 두손 가득히 싸들고 다녔습니다.

무겁냐고요? 엄청 무겁죠. 삼성 NX1 을 사며 받은 거대한 로우프로 패스트트랙 250 가방에 렌즈를 모두 넣고, 허리끈까지 동여매며 걸어다녔으니 ‘여행=행군’ 이라는 공식은 저의 여행에 자연스레 성립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렌즈 하나로 찍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여행이 무거울수록 놓치는 것이 많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 말입니다. 기동성이 필요할 때도 있었고, 희고 큰 대포같은 망원렌즈를 들이밀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잖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두어달간 전전후로 사용할 화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인들에게 추천을 부탁하니 35mm 와 50mm 을 추천하더군요. 게 중엔 85mm 로 배경, 인물 커버해야하는거 아냐? 라던 괴인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추천받은 화각 중 50mm은 저에게 굉장히 익숙한 화각입니다. 제가 가진 대부분의 올드 수동 렌즈는 50mm 이고, 다년간 사용해보았기 때문에 크게 거부감이 없습니다. 하지만 35mm에 비해서 화각이 좁고, 넓은 화각에 비해 놓치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란 생각에 35mm 를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35mm 단렌즈는 한번도 사용해본적이 없었지만 무모하게도 구매 해버렸습니다.

구매를 결정한 뒤, 다음 고민은 어떤 렌즈를 살까 였습니다. 저는 소니 A7m2 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네이티브 AF 렌즈인 디스타곤 fe35 1.4 렌즈 구매를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다소 비싼 가격과 제습함에 잠들어 있는 렌즈의 활용을 위해 EA-LM7(M마운트 AF 어댑터)와 보이그랜더 녹턴 35.4 렌즈를 구매했습니다.

voigtlander - svg xml  3Csvg 20xmlns 3D 27http 3A 2F 2Fwww - Voigtlander Nokton 35.4 와 함께한 히로시마 여행

이 렌즈는 외관에서부터 제 마음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앙증맞은 크기, 그리고 검은색 몸통과 은색테두리가 만들어 내는 Classical한 느낌. 그리고 세세히 음각된 글자들 때문입니다. 조리개값, 미터 등이 렌즈 바디에 단순 프린트된 것 보다 음각된 것이 보다 성의 있어 보이고 고급져 보입니다.

집 앞 올림픽공원에 나가 렌즈의 얕은 심도부터 깊은 심도까지 두어차례 찍어본 후,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 이녀석이야.

라고 말이죠. 실제 이번 일본 히로시마 여행엔 이 녀석 하나로만 다녀보았습니다.

Compact

35mm , 참으로 애매한 화각입니다. 렌즈를 카메라에 마운트해보고 이리도 찍어보고 저리도 찍어봅니다. 아직은 익숙치 않나봅니다.

표현해보자면 두어 걸음 앞으로 가면 50mm이고, 뒤로 다시 두어 걸음 물러나면 28mm 인 것 갈달까요? 물론 저는 50mm 를 가장 좋아합니다. 제 눈으로 본 것과 가장 흡사한 원근감과 공간감으로, 이질감 없이 가장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사람의 눈에 친밀한 화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5mm의 첫느낌은 이질감이었습니다. 분명 눈으로 본대로 찍었는데, 뭔가 멉니다. 제 눈에 보이는 장면과 카메라 뷰파인더가 표현하는 장면은 원근감이 달랐습니다. 결국 마음은 찍고 싶은데 제 손은 어떻게 찍어야할지 몰라 혼란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적응이 안된었던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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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michi, Voigtlander 35mm

또 너무 넓었습니다. 50mm에 익숙해져있던 탓인가 봅니다. 빠르게 찍어야 하는 상황에선 뷰파인더로 천천히 생각할 시간 없이 일단 대충 누르고 봅니다. 그런데, 제가 머릿속에 생각하고 찍었던 것보다 크고 넓게 나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시 느끼는 시원시원한 넓은 사진은 또 아닙니다. 참 애매합니다. 하하.

이러한 이질감들을 극복 할 수 있었던 건 생각의 전환이었습니다. 28mm의 시원함도, 50mm의 편안함도 없다면, 적절히 시원하고 적절히 편안하게 찍어보자. ‘두가지를 절충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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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gtlander 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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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FE 16-35mm, 16mm

생각만치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들을 한 화각에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우선순위를 정하여 아랫 순위는 과감히 버려버리면 되었으니깐요. 또, 주제에 집중하고 싶지만, 그보다 조금 넓게 찍어본다는 마음으로 임하니 촬영이 한결 수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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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koji ropeway, Voigtlander 35mm

35mm 화각에 대해선 여러 생각이 듭니다만, 한 단어로 요약해보자면 Compact 입니다. 35mm엔 많은 것들을 구겨담을 수 있습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요.

하지만, 35mm가 compact 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촬영자가 compact 하게 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Ambient

보이그렌더 녹턴도 최대개방 F1.4 에서 비네팅(vignetting) 현상이 발생합니다. 예, 맞습니다. 비네팅은 광학적 결점으로 불리우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F1.4의 얕은심도 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보케(Bokeh)와 과거 결점으로 치부되던 비네팅이 만나니 사진은 입체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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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風堂, Iwakuni ,Voigtlander 35mm

사진 내 피사체들이 입체감을 가지니 각각이 표현해 내는 느낌들이 표현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내 공간의 분위기를 담아내기 시작합니다. 특유의 차분한 발색표현과 함께 말이죠.  잔잔하고 은은합니다. 그리고 부드럽습니다. 제 눈으로 본 장면을 렌즈가 자신만의 독특한 느낌으로 푸근하게 덮어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상업 사진가가 아닙니다. 소소하게 일상을 기록으로 간직하고 싶은 소민으로, 제 피부의 모공까지 확대되는 렌즈 보다 분위기를 담아내는 렌즈가 필요했습니다. 참 맘에 듭니다. 이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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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yajima Island ,Voigtlander 35mm

사실 이번 여행 이후, 다가올 10월 알펜루트 여행 때엔 Leica Q나 RX1RM2를 구해보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A7m2 와 여러 렌즈들의 무게에 지쳤고, 쨍하고 강하기만한 콘트라스트에 질렸기 때문입니다. 미드톤 표현이 부족해 부드러운 느낌이 들지 않아아쉬웠달까요. 사진이 가볍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얼마전 구매했으니 원없이 써보자는 생각에 보이그랜더 1 렌즈로 여행을 감행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저의 뽐뿌는 잠잠해졌습니다. 굳이 4~500 만원을 추가로 들여가며 카메라를 구매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EA-LM7과 함께하니 편하게 수동렌즈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보이그랜더 녹턴과 함께 할 돌아올 10월 여행이 기대됩니다.  Like it

2편 ( 보이그랜더(voigtlander) 35.4 렌즈 후드 구매기 (feat 오노미치 도인) )